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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서울 공덕오거리에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꿉니다'라고 쓰여진 새정치민주연합의 국정교과서 반대 홍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15.10.18/뉴스1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내건 현수막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같은 날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북한에서 주장하는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게재하고 있다”며 “6·25 전쟁에 대해서도 책임이 남한에도 있는 것처럼 서술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검인정 역사(한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되어 있다며 내세우는 증거들이다. 

 

뉴스1 교육팀은 최근 이같은 주장들을 검증하기 위해 금성·두산동아·리베르스쿨·지학사·미래엔·비상교육·천재교육 등 좌편향 논란을 빚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7종의 서술 내용을 분석했다.

이승만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긍정 내용 적어

이승만 초대대통령 부분은 대체적으로 친일·독재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폄훼 보다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기술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그를 ‘건국의 아버지’로 재평가하려는 일각의 시각에서 볼때 공보다 과를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금성사는 친일잔재 청산에 미온적이었던 이승만을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대통령 선출방식을 바꾼 발췌개헌, 초대 대통령에 한해 횟수 제한 없이 출마할 수 있도록 한 사사오입 개헌 등을 비중 있게 배치하면서 그의 독재자적 통치를 비판한다.

리베르도 ‘발췌개헌과 사사오입 개헌이 이루어지다’, ‘3·15 부정선거로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지다’,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부가 무너지다’ 등 단원 제목처럼 부정적 역할을 위주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두산동아와 천재교육은 이승만의 공과(功過)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사오입, 3·15부정선거, 4.19혁명 등은 ‘평가’라기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쓰고 있으며, 6.25전쟁 이후 경제가 자리를 잡았지만 취약성도 있었다고 기술하는 등 장단점을 아우르고 있다.

지학사는 ‘헌법을 제정하고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 유엔 총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선거를 통해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승인하였다’고 기술, ‘합법정부’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래엔과 비상교육은 이승만의 업적을 일방적으로 폄훼하거나 독재만 강조하지도 않았다. ‘휴전이 성립된 후 이승만 정부와 국민들은 전후 복구에 힘써 1957년까지 파괴되었던 주요 공장과 산업기반 시설을 어느 정도 복구하였다'(비상)는 서술처럼 긍정적 대목이 있다.

다만 ‘이승만 장기독재를 추구하다'(미래엔), ‘전후 독재체제가 강화되다'(비상)는 단원명이 ‘이승만 정부가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반민족 행위자를 옹호했다’는 제목을 사용해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는 의도를 엿보게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성장 긍정 평가 주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군사정변, 장기집권, 경제발전 등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기술하고 있다. ‘독재·인권유린 등 왜곡·편향적으로 채워져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미래엔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내용상 왜곡은 없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여론억압’, ‘편법 3선 개헌’, ‘민주화운동 탄압’, ‘국민의 자유억압’ 등의 표현처럼 부정적 내용을 부각시키는 내용도 없지 않다.

박정희 최대 업적으로 평가하는 경제발전 측면에서도 ‘빛과 그림자’ 등의 용어를 사용해 장단점의 공존을 설명한다.

금성사는 긍정-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소개한다. 박정희 지지세력 입장에서는 부정 평가의 부각으로 인식할 있겠지만 ‘가난을 딛고 경제성장을 이룩하다’는 단원 제목에서 보듯 편향적 의도가 깔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천재교육도 박정희 정부 출범 후 불량배 소탕, 부정축재자 처벌, 농어촌 고리 탕감,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을 기술하고 있다.

두산동아는 군사정권→유신체제→유신체제 붕괴의 정치적 과정을 먼저 설명한 뒤 경제·사회적인 변화를 기술하는 등 비교적 균형을 잡고 있다.

유신체제를 놓고는 ‘박정희 정부는 유신체제를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합리화하였으나, 권력을 대통령에게 집중시킨 사실상 영구 집권 체제였다’라는 한 줄이 전부다. 이를 보고 독재만을 강조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할 것같다.

리베르는 박정희 정권이 경제발전을 위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채택한 광부·간호사 서독 파견, 한·일 수교 등 외화획득 정책을 긍정적으로 기술한다.

비상교육은 박정희의 군사정변과 유신, 한·일 국교 정상화, 경제발전 및 사회변화 등을 골고루 다루지만 친일·독재 행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학사도 4쪽에 걸쳐 박정희 정부의 경제·산업 발전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와 박정희의 실정(失政)에 관해서도 서술하고 있으나 비중으로 보면 박정희 정부의 경제·산업·사회발전에 대한 내용이 압도적이다.

article박정희
article김일성

◇김일성 주체사상에 대한 기술은?

김일성에 대해서는 권력세습 등 비판 일색이지만 이승만, 박정희와 비교해 서술 분량이 적다. 또한 학교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친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좌편향 예로 자주 언급되는 금성사는 김일성 개인숭배와 세습체제 구축 등을 비판적으로 설명한다. 김정일 시대의 유훈통치,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세습을 소개하면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내용 중 ‘김일성은 자신의 반대세력들을 제거하면서 권력을 다져나갔다. (…) 이를 통해 유일지배 체제를 확립해 나갔다’고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핵개발과 NLL 침범 등 무력도발, 인권문제에 대한 부정적 내용도 언급돼 있다. 주체사상이나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등 북 체제를 미화·옹호하는 내용은 없다.

두산동아는 ‘김일성은 1967년 함께 항일 유격대 활동을 했던 세력마저 숙청함으로써 김일성 중심의 유일사상 체계를 확립하였다’고 기술, 김일성이 개인숭배를 조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비상교육은 북한의 실상을 설명하면서 ‘김일성의 독재 체제’의 기반으로 주체사상을 언급하고 있고, 리베르도 딱 한 단락으로 주체사상을 거론하고 있다. 따라서 주체사상을 가르치거나 좌편향적으로 해석한다는 일부 주장은 맞지 않다.

지학사는 주체사상의 요점이 무엇인지 요약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동시에 주체사상의 부정적인 면도 함께 명시하고 있다.

천재교육은 ‘김일성은 1967년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확립했으며, 이는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됐다’고 기술하면서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고, 미래엔도 김일성의 통치 체제를 비판하는 어조로 주체사상을 다루고 있다.

정부 쪽에서 ‘남한에 대해선 독재라는 표현을 24번 쓰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2번밖에 사용 안했다’는 지적도 실상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습·우상화·개인숭배·권력독점·유일지배 등 북한에 대해 ‘독재’보다 더 부정적인 표현이 100여 차례 넘게 기술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취재 -권형진 기자, 한종수 기자

퍼플리싱 – 윤이나 기자

촬영 – 뉴스1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