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각지대 노인②] 누가 그들을 범죄자로 만드나
늘어만 가는 노인범죄…빈곤과 무관심에 희망잃은 노인들
‘버림받아서’, ‘분노 때문에’ 범죄…노인 자존감 회복 중요

[편집자주] 노인들이 범죄 위험에 처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범죄피해를 당하는 노인은 물론 범죄자로 전락하는 노인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노인들이 주체가 된 범죄의 성격도 갈수록 흉포화 경향을 보인다. 과거 공경의 대상이던 노인들이 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가 더 심화되기 전에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많은 노인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범자자로 전락하는 원인과 그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안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아들 살해하려 한 노인의 사연

지난 7월 서울 마포구에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이 짊어진 무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발생했다. 70대 노인이 40대 아들을 살해하려 한 것이다. 이 아버지는 잠을 자고 있던 아들의 복부 등 신체 곳곳을 흉기로 찔렀다.

범죄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만 사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버지의 행위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아버지는 군제대 후에도 직업을 구하지 못해 백수생활을 전전하던 아들을 20년간 부양했다. “돈을 마련해주면 지방으로 내려가 착실히 살겠다”는 아들 말을 믿고 자신이 살던 빌라를 정리해 인근의 지하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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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들은 약속을 어기고 아버지가 마련해 준 돈을 모두 탕진했다. 게다가 아버지 몰래 지하주택을 담보로 3900만원을 대출받아 잠적했다. 아들의 대출금을 갚을 수 없었던 아버지는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대출금마저 탕진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 잠을 자고 있는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흉기를 휘둘렀다. 다행히 아들이 도망가면서 살인은 미수에 그쳤고 아버지는 자수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참작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에게 최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노인 강력범죄 해마다 증가 추세

연도별 61세이상 범죄자 현황. <경찰청 제공>© News1

강력범죄의 주체가 되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범죄자로 전락한 노인은 2010년 1159명에서 지난해 1869명(잠정 통계)으로 5년 사이 710명 증가했다.

2010~2014년 5년 동안 모두 7300여명이 강력범죄에 연루돼 처벌받았다. 폭력범죄로 처벌받은 노인들도 한해 2만여명이 넘고 있다. 지능범죄와 절도범죄 등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권일용 과학수사센터 범죄행동분석팀장은 “노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를 보면 금전관계에 의한 갈등이나 처지 비관, 가정불화 등이 대부분”이라며 “금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없을 경우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자존감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노인들이 가족·사회로부터 고립되다보니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자존감을)상실하게 된다”며 “그런 상실들이 노인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판단이 든다”고 덧붙였다.

고령화 사회 진입, 노인 빈곤율 증가

우리나라는 이미 15년 전인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66~75세 노인 빈곤율은 48.1%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이다. 노인자살률 또한 인구 10만명당 64.2명으로 세계 1위다. 노인 4명 중 1명은 현재의 삶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때문에 노인들이 범죄에 연루되는 가장 큰 원인을 빈곤 문제로 보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사)참누리 빈곤문제연구소 서병수 박사는 “대부분의 노인범죄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물질이 풍족하거나 사회적 관계가 있다면 범죄로 가지 않는데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상태에서 상황개선을 기대할 수 없을 경우 생기는 우울감 등이 결국 범죄로 표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노인인구가 662만명인데 그 중 절반이 월 78만원이하 소득으로 살고 있다. 게다가 노인들 간 양극화가 심각하다보니 범죄를 저지르는 확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례에서 노인들 대다수는 범행동기에 대해 ‘버림받아서, 분노가 치밀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빈곤과 그에 따른 우울감에서 비롯된 노인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포항시에서는 73세 노인이 암수술로 인한 생활고 문제로 다투던 아내(67)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저수지에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61세 노인이 시장에서 과일 등을 훔치다 적발돼 입건됐다.

충남 서산에서는 22일 75세 독거노인이 줄어드는 연금액에 불만을 품고 시청을 찾아 분신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출동 경찰관의 설득으로 화를 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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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성범죄 원인과 해법은?

수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성범죄는 빈곤, 사회적 고립, 처지비관 등에 의한 전형적인 노인범죄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의학발달 등으로 노인들의 신체적·생리적 건강상태가 좋아지면서 성범죄·이별범죄 등이 덩달아 늘고 있다는 것.

경찰대 이동희 교수는 “과거에는 노인들의 활동성 저하로 인한 자연적인 성범죄 감소가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의학·약학 등이 발달되면서 대부분의 노인들이 과거에 비해 10~15년 이상 건강을 유지한다. 건강과 성범죄를 연관 짓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성범죄 증가에)일정부분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범죄를 포함한 일부 강력범죄의 경우 기존 누범자들이 교도소 출소 후 재범하는 사례도 관찰된다는 의견이 있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범죄 누범자들도 노령화 되고 있다”며 “물론 새롭게 범죄에 연루되는 노인들도 많지만 최근 발생하는 성범죄 등 일부 강력범죄 사례를 보면 범죄 전력자들의 유입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 사각지대 노인②] 누가 그들을 범죄자로 만드나

| 기획·취재 |
(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 권혁민 기자, 조재현 기자
(sun0701@)
| 퍼블리싱 |
윤수희 기자(ysh@)
| 촬영 |
뉴스1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