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각지대 노인③·끝] 노인문제 심각성 인식이 대책의 시작
노인인구 662만명 불구 경찰조직 내 전담부서 없어
피해예방 위한 정부·지자체·경찰·시민사회 협력 필요
노인범죄 심각성 인식공유…사회적 배려·돌봄 ‘절실’

[편집자주] 노인들이 범죄 위험에 처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범죄피해를 당하는 노인은 물론 범죄자로 전락하는 노인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노인들이 주체가 된 범죄의 성격도 갈수록 흉포화 경향을 보인다. 과거 공경의 대상이던 노인들이 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가 더 심화되기 전에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많은 노인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범자자로 전락하는 원인과 그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안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대한민국,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 

유엔(UN) 기준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이미 201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2년 후인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비율로 구분되며 각 7%, 14%, 20%가 기준이다.

2015년 조사기준 65세 이상 국민은 662만400명이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3.1%에 해당한다. 국민 8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치안당국이 노인을 60세 초과자로 기준을 잡은 것을 감안하면 범죄 관련 분류상 노인에 해당하는 인구는 더욱 많아진다. 이들은 잠재적으로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도 될 수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13만 6829명의 노인이 범죄피해를 당했다. 반대로 같은 해 범죄를 저지른 노인은 15만 902명(잠정)이다. 해마다 30만명에 가까운 노인들이 범죄피해를 입거나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나 치안당국은 노인 관련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찰청은 물론 지방경찰청에도 노인전담 부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노인학대 부분과 관련해서만 여성청소년과 등에서 수사를 담당한다. 노인이라는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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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치안 행정,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다행인 것은 뒤늦게나마 노인치안행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전담부서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최근 노인안전 종합 치안대책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완성했다. 로드맵에는 노인을 범죄와 각종 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시책들이 담겨져 있다. 생활안전국 내 노인·장애인과(가칭) 신설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노인학대 담당 윤진영 경감은 “노인인구 증가 추세를 보면 향후 치안서비스의 주 수요자는 노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검토단계이지만 전담부서 설치를 통해 노인학대 및 노인성범죄, 치매·독거노인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치안당국의 이 같은 노력은 노인 범죄피해 예방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호’ 위주의 대책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잠재적 가해자 즉 노인범죄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만 노인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대학 이동희 교수는 “범죄대책에 대한 일반론은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와 ‘가해’ 부분을 구분해 교육하고 홍보해야하는데 치안당국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경찰뿐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등 유관기관에서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예방·선도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치안당국에서 범죄피해 유형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맞춤형 처방에 나서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인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그들에 대한 배려와 돌봄을 실천하려는 의식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노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 우선 돼야”

노인들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노인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빈곤과 가족·사회와의 단절, 그에 따른 절망감 등이 노인들을 범죄로 내몰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사)참누리 빈곤문제연구소 서병수 박사는 “대부분의 노인범죄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66~75세 노인 빈곤율을 보면 48.1%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이다. 노인자살률 또한 인구 10만명당 64.2명으로 세계 1위다. 이러한 악조건들이 범죄와 연계되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노인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야 할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노인들에 대한 보다 세밀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6~9월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451명에 대해 면접조사한 결과 노인의 10.9%가 자살을 생각해봤고 이중 12.5%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40.4%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고 24.4%가 건강문제를 들었다.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노인도 9.9%에 달했다.

경찰청 권일용 과학수사센터 범죄행동분석팀장은 “노인들의 경우 금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무엇보다 자존감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노인들이 가족·사회로부터 고립되다보니 다양한 이유로 (자존감을)상실하게 된다. 노인 스스로도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가치들을 중요시 여기는 풍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범죄 사각지대 노인③·끝] 노인문제 심각성 인식이 대책의 시작

| 기획·취재 |
(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 권혁민 기자,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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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희 기자(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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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사진부